It's not very difficult to come conclusion: You're going to die in Japan or you're going to have to get out
(2020.1.8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브라질에서 태어난 카를로스 곤(Carlos Ghosn)은 레바논계이며 레바논에서 어린 시절 교육을 받다가 프랑스로 넘어가 학업을 이어간 후 기업인이 된 인물로 레바논, 브라질, 프랑스 3개국의 시민권 소유자입니다.
1996년 곤은 르노(Renault)의 회장 루이 슈베제르(Louis Schweitzer)의 권유로 르노에 입사하게 되고 부사장직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2년 만에 르노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킵니다. 그런 과정에서 대량 정리해고가 발생하고 이런 곤의 별명은 코스트 킬러(Le Cost Killer)입니다.
1999년 르노가 닛산(日産)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카를로스 곤과 닛산의 인연도 시작됩니다. 닛산의 최고집행책임자(COO)로 시작해 CEO가 된 곤은 망해가는 닛산을 살려냅니다. 그 과정에서 닛산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2만 천여명이 정리해고 됩니다. 고통을 겪어낸 닛산은 흑자전환을 하게 되고 닛산의 아이콘 GT-R을 만들게 되며 곤의 마니아층도 생겨나게 됩니다.
만화에 등장할 정도로 일본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곤에게 르노의 회장인 루이 슈베제르는 자신의 자리를 넘기면서 닛산의 CEO를 그만두고 르노에 와서 자신의 뒤를 이어달라고 하지만 곤은 닛산을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곤은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닛산은 닛산에게 득이 될 것이 없는 합병을 반대합니다. 그렇게 곤과 닛산의 사이가 틀어져 가고 있던 어느 날 곤이 체포됩니다.
2018년 11월
19일 하네다 공항에서 곤은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됩니다(첫번째 체포). 2015년까지 5년간 보수를 과소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12월 10일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을 기소함과 동시에 최근 3년간의 보수에 대해서도 과소 기재하였다고 하여 같은 혐의로 재체포합니다(두번째 체포). 도쿄 지방 재판소가 곤의 구금연장신청을 각하하여 12월 21일 곤이 석방될 것으로 보였으나 회사법 위반(특별배임, 사우디아라비아 루트) 혐의로 다시 체포됩니다(세번째 체포).
2019년 3월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4월에 회사법 위반(특별배임, 오만 루트) 혐의로 다시 체포됩니다(네번째 체포). 추가로 5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재보석됩니다.
2019년 6월
곤의 부인 캐롤이 미국 특수부대 출신 마이클 테일러와 만나 일본에서 곤을 데리고 나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테일러 부자는 도피계획을 세우기 위해 일본을 20차례 이상 방문해 사전 답사를 합니다. 다른 조력자들에 의해 프라이빗 제트기로 출국할 경우 보안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하게 됩니다.
2019년 12월
29일 곤은 도쿄의 자택에서 나와 그랜드 하얏트 호텔(グランドハイアットホテル)로 향합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평소에도 곤이 자주 들르는 곳이라고 합니다. 호텔에서 다른 스타일의 옷으로 갈아입고 조력자 세 명과 합류해 택시로 시나가와역으로 이동합니다.
신칸센을 타고 신오사카역에 도착한 곤 일행은 택시로 간사이국제공항(関西国際空港) 근처에 있는 스타게이트 호텔(スターゲイトホテル関西エアポート)로 향합니다.
호텔에서 곤은 음향기기 상자에 몸을 숨기고 조력자들이 그 상자를 간사이국제공항으로 이동시킵니다. 상자에는 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드릴로 호흡용 구멍을 뚫었다고 합니다.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한 조력자들은 곤이 들어간 상자를 위탁수하물로 위장해 프라이빗 제트기에 싣도록 합니다. 곤이 탄 프라이빗 제트기는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하고 곤만 다른 전세기로 갈아타고 조력자들은 일반 항공기로 갈아타 레바논 베이루트로 향합니다.
31일 나는 지금 레바논에 있다면서 일본의 사법제도와 정치적 박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2020년 1월
2일 일본은 인터폴을 통해 곤을 국제수배, 레바논 검찰당국은 인터폴로부터 적색수배서를 수령합니다.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곤이 기자회견을 합니다.
2020년 5월
곤의 탈출을 도운 테일러 부자가 인터폴 수배로 미국 보스턴에서 체포됩니다. 탈출을 도운 대가로 130만 달러를 받았다고 하며, 곤을 도운 또 한 명의 조력자는 도망 중이라고 합니다.
2021년 5월
프랑스의 예심판사들이 레바논 베이루트를 방문해 곤을 조사합니다.
2021년 7월
도쿄지방법원은 테일러 부자에게 실형을 선고합니다. 마이클 테일러는 2년, 그의 아들 피터 테일러는 1년 8개월형을 선고받습니다.
2022년 4월
프랑스가 인터폴을 통해 곤을 국제수배합니다.
2022년 5월
레바논 정부는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있는 곤을 조사하고 풀어줍니다. 만약 돈세탁이나 자금 부정 유용 혐의가 입증되면 레바논 내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레바논은 자국민을 인도하지 않는다는 국내법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2022년 10월
요코하마 교도소에서 14개월간 복역한 피터 테일러가 석방됩니다.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한 피터 테일러는 교도소 내에서 빛을 보지 못해 비타민D 결핍증을 앓았고 발가락 상처를 치료받지 못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곤의 혐의
1.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 2010~2017년도의 곤의 보수는 실제 합계 약 170억엔이었으나 약 79억엔으로 과소 기재( 첫번째, 두번째 체포이유), 닛산은 이에 대해 24억 2500만엔의 과징금을 부과받음
2. 회사법 위반(특별배임, 사우디아라비아 루트): 사적 투자로 생긴 손실을 닛산의 손실로 바꿔치기함. 곤은 친구인 사우디 기업가의 도움으로 약 30억엔어치의 신용보증을 받아 담보부족을 해소. 4개월 뒤 닛산의 자회사 중동닛산(中東日産)이 판매촉진비 등의 명목으로 사우디의 기업가에게 1470만 달러를 송금(세번째 체포이유)
3. 회사법 위반(특별배임, 오만 루트): 중동닛산이 판매촉진비 명목으로 오만의 재벌계 스헤일 바우원 오토모빌스(SBA)에 총 1500만 달러를 송금. 이 중 500만 달러는 실질적으로 곤이 보유한 페이퍼 컴퍼니로 환류(네번째 체포이유)
4. 프랑스 르노: SBA에 불투명한 지불에 관여(곤이 받은 금액 1500만 유로), 네덜란드 총괄회사 르노닛산 BV(RNBV)가 부담한 사적 여행 및 이벤트 비용,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결혼 피로연에 회삿돈을 유용한 의혹
2019년 12월 29일은 원래 예행연습을 하려고 한 날인데 호텔에서 음향기기 상자를 본 곤이 오늘 탈출해야겠다고 해서 일이 진행된 것이라고 합니다.
레바논으로 간 곤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죄가 없다면 굳이 힘들게 탈출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도 곤처럼 수백억의 연봉을 받는 CEO라면 비싼 변호사를 쓰면 될 것을..
2016년 일본 TBS에서 방영했던 「99.9 ~형사전문변호사~(99.9 -刑事専門弁護士-)」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2016년 시즌1에 이어 2018년 시즌2, 2021년에는 영화로도 나왔죠. 드라마 타이틀의 99.9라는 숫자는 일본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율이라고 합니다. 즉 일본에서 기소되면 그 사람 인생은 끝이라는 것이죠.
2020년 1월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연 곤은 이런 말을 하죠. 일본에서 죽기 싫으면 탈출해야 한다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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